M 의 몸에는 몇 개의 구멍이 있다.
발바닥의 가장자리에 하나, 왼쪽 옆구리에 둘, 뒷 목에 작게 하나. 겨드랑이에 하나, 그리고 앞허벅지에 셋.
어느 것들은 점마냥 작았지만 개중 몇은 꽤 큼직했고, 하나는 손바닥으로 가리기 어려울 정도의 크기였다.
나는 그 것을 처음 본 날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서기도 했고, 그 무례를 깨닫고 나서도 눈을 끔뻑이다가, M 을 올려다 봤다가 다시 그 구멍을 봤다.
내가 본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, 그 무지가 무례와 얼마나 닮았는지에 대해 전혀 고려할 수도 없을 만큼 무지했다.
물론 나의 반응과는 별개로 그 구멍들은 그냥 거기 있었다.
M 이 말하길, 어떤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그 곳에 생겼고, 어떤 것은 너무 오래되서 그냥 그가 갖고 태어난 것도 같았다 했다.
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가 갖고 태어난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, 구멍 또한 그랬을 것이다.
그는 그 것들을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.
마치 모두가 몇 개의 구멍 쯤은 갖고 사는 것 마냥. 아프지 않아? 라고 내가 물었을 때 그는 그냥 살며시 웃었다.
이 것들은 그냥 내 것이야.
그 구멍에서 피나 짓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.
그 것은 검은 채로, 완전히 뚫린 것도, 그렇다고 뭔가가 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구멍으로 존재했다.
그 것은 마치 금 같았다. 크랙이나 기스같이.
나는 M 을 만나고 매일같이 내 몸을 뒤적거렸다.
금가지 않은 인간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 나는 확신했다. 구멍 난 인간을 보고 나니 그 것 없는 채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.
나는 거울을 보며, 내 몸의 수많은 점에 손가락을 들이밀었다.
검은 점과 몰캉한 피부는 그저 미세하게 붉어지기만 할 뿐, 그 어떤 구멍도 나는 찾을 수 없었다.
계절이 바뀌었고 그의 구멍의 존재와 나의 구멍의 부재에 익숙해질 즈음, M 과 나는 헤어졌다.
만남을 결심하고 지속한 관계가 아니기에 헤어짐도 결심을 요하지 않았다.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헤어지게 되었다.
나는 그 것이 사무쳤다.
M 은 늘 익숙하지 않다는 듯 웃었다.
울지도 웃지도 않는 표정으로, 누군가에겐 친절하고 누군가에겐 무서운 사람으로 살았다.
하지만 한 번 웃음이 터지고 나면, 그의 모든 구멍들은 마치 확성기인 것 마냥 기능해, 그 사이로 그의 웃음이 퐁퐁 뿜어져 나왔다.
몇 배로 증폭된 웃음이었다. 실실 새어나오고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. 그럴 때 마다 나는 그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웃음이 내뿜는 진동을 느꼈다.
요동을 일으켰다는 것에 대한 은밀한 기쁨이, 나의 존재의 이유이자 증언이었다.
그와 헤어질 때 나는 무엇을 잃게 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.
쉽게 비겁할 수 있는 나는 별 무리 없이 이번에도 비겁할 수 있었다.
구멍에 대해서, 내가 만든 요동에 대해서, 그 것이 내 생을 어떤 방식으로 파르르 떨리게 했는지에 대해 나는 잊었다.
그 것의 존재가 실은 늘 어떤 식의 부재를 내게 안겨 줬다는 것만 줄기차게 기억했다. M 을 잃었지만 그 부재가 또 다른 것을 내게 준 것 마냥.
잊고 기억하고, 필사적으로 잊으려하고, 필사적으로 기억하려 하는 그 모든 짓을 멈추고 정말로 이윽고 아무 생각도 없이 살 수 있게 된 일요일이었다.
부스스 일어나 운동을 하고 욱신거리는 몸으로 욕실로 들어간 나는 목격했다. 그 것은 어깨와 쇄골 사이에 있었다. 엄지 손톱달보다 약간 컸다.
나는 알 수 없는 그 것을 살며시 만졌고, 내 손가락이 그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,
그러니까 거기에 아무 것도 없고 텅 비어버린 것을 봤다.
나는 멍하게 그 것을 보다가 거울 속 나를 보다가, 거울 속 구멍을 보다가, 다시 내 어깨와 쇄골 사이의 그 구멍을 봤다.
나는 씻었다.
샤워기를 그 구멍에 들이밀고 그 구멍 안에 물이 들이 차는지 구경했다. 물은 그저 흘러내렸다.
이 것들은 그냥 내 것이야. M 의 말이 기억났다.
나는 그냥 구멍이 있는, 구멍 난 사람이야.
그 때 나는 정말 오랜만에 그를 떠올렸고, 그의 목소리가 사실 더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.
물론 길거리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누구보다 빨리 척추가 세워지고 뒷목이 뻐근해지겠지만.
하지만 내 안에 그는 없다. 부재만이 기억에 남아 하염없이 뭔가를 기다릴 뿐.